로만 네우모예프에 대한 소개
러시아의 펑크 음악가이다. 생존 지침(인스트룩치야 포 비지바니유)라는 밴드를 이끌며, 독실한 정교회 신자이다. 로만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의 음악과 인터뷰에서 매우 정직하게 보인다.
2024년 10월 2일 공개된 로만 네우모예프의 인터뷰(러시아 페초리, 2024년 9월 28일 촬영)
질문자: 자,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 들을 수 있어 정말 반갑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왔어요. 오늘 오고 싶어 했던 많은 분을 대신해서 인사드립니다.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사정상 오기가 쉽지 않았네요.
질문자: 저기,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당신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해야 한다면… “안녕하세요, 저는 로만입니다. 저는 누구입니다”라고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로만 네우모예프: 저는… 뭐라고 해야 할까, 가죽을 뒤집어쓴 하나님의 종이죠.
로만 네우모예프: 로만이라고 합니다. 뭐, 성은… 영화 대사처럼 제 성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될 만큼 너무 유명하죠. 네우모예프입니다. 더 이상 제 자신에 대해 할 말은 없네요. 구글링해 보라고 하세요.
로만 네우모예프: 제가 제 자신에 대해 뭘 말하겠어요. 무대에서 공연한 지 아마 37년, 곧 40년이 되어가네요. 86년부터 공연을 해왔으니까요. 하지만 마지막 콘서트는 2020년 팬데믹 때 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사실상 ‘아마겟돈’이 시작됐다는 걸요. 우리는 지금 묵시록적인 시대를 살고 있고, 저는 이제 영혼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라고 결정했습니다.
질문자: 지금 시대가 ‘아마겟돈’인지 아닌지, 그게 그전에도 몇 번 있었을지 모르니 확실치 않잖아요?
로만 네우모예프: 그건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 시대는 확실히 묵시록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말 탄 자들’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실행되고 있어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기사가요.
로만 네우모예프: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끝날지는 모릅니다. 만약 이게 진짜 ‘그’ 아마겟돈이라면 세상의 종말(끝)로 끝나야겠죠. 하지만 사건이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이 아마겟돈을 조직하는 자들의 계획이 제대로 안 풀리는 것 같아요. 일종의 ‘마를레종 발레(엉망진창인 상황)’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질문자: 왜 안 풀리는 걸까요?
로만 네우모예프: 저도 모릅니다. 아마 하나님이 원치 않으시는 거겠죠.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길 천사들도 모르고 오직 하늘의 아버지만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신다고 했습니다. 진짜 끝이 언제인지는요. 지금 우리가 보는 건, 그 팬데믹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바이러스를 퍼뜨렸지만 효과가 없었죠. 유럽에서 전쟁도 일으키려 했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 되고 있어요. 우크라이나를 내몰았지만 수렁에 빠졌죠. 이 아마겟돈이라는 게 전반적으로 삐걱거리고 있어요.
로만 네우모예프: 만약 나머지 시나리오들도 이 ‘마를레종 발레’처럼 흘러간다면, 이번에도 우리가 살아남아 지나가게 될 거라는 게 명확해지겠죠. 하지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자 자비이자 동정심이시지만, 동시에 엄격하고 공정한 재판관이시기도 하니까요. 이 모든 걸 합치면 매우 모순적인 신의 모습이 나옵니다. 사실 우리도 하나님의 계획을 잘 모르는 셈이죠.
질문자: 그럼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당신의 노래에는 낙관주의와 빛이 넘쳐나요. 특히 ‘삶’이라는 단어가 당신에게는 핵심적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사랑의 힘과 에너지를 가진 창작물에도 불구하고 ‘고독’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수백만의 고독한 사람들이 어떻게 고독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로만 네우모예프: 사람마다 제각각 해결하겠죠. 보편적인 ‘지침’ 같은 건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방법은 노래 안에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 외에 뭐가 남겠어요? 지금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생존 지침’은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는 희망을 주니까요.
로만 네우모예프: 사실 하나님 말고는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 특별히 필요한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원합니다. 관계에는 항상 어떤 이기적인 목적(코리스트)이 섞여 있죠.
질문자: ‘배신’ 혹은 ‘변절’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특히 최근 사건들(전쟁) 때문에 예전엔 가까웠던 사람들이 바리케이드 반대편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누군가는 단호하게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당신의 길은 어떤가요?
로만 네우모예프: 관계는 저절로 끊깁니다. 이 시대가 실제로 사람들을 갈라놓고 있어요. 누군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그가 중요한 무언가를 배신했다면… 어쩌겠어요. 그를 위해 기도해야죠. 그 사람에게도 자유가 있으니까요. 인간은 하나님께 자유를 부여받은 독특한 존재이고, 타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로만 네우모예프: 저와도 대화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저와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지금은 사람들의 ‘교만’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자기 말만 들으라고 하고 아무도 남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죠. 헤어지는 이유를 보면 우스꽝스러워요. “나는 TV를 보는데 너는 안 본다”, “나는 저기서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데 너는 안 한다” 같은 것들이죠.
질문자: 질문이 수만 가지 더 있지만 마무리해야겠네요. 저작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로만 네우모예프: 법의 틀 안에서 존중되어야죠. 저작권은 저자의 합법적인 권리입니다. 모든 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켜져야 하고 법은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죠. 서구 사회는 법치 안에서 좀 더 존중하는 문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만큼 법을 존중하는 나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로만 네우모예프: 불과 얼마 전 공산주의, 볼셰비키 시절에는 상인이라거나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총살하는 게 정상인 나라였잖아요. 지금도 자기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탄압(레프레시)받는 상황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지겠습니까?
질문자: 마지막으로, 여기 오고 싶었지만 못 오신 분들, 당신을 사랑하고 노래를 듣고 싶어 하는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로만 네우모예프: 제 창작물이 좋다면 마음껏 들으세요. 저는 감추지 않고 모든 걸 다 내놓았습니다. 주변 세상에 다 주어버렸죠. 아주 단순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숨긴 것은 사라지지만, 나누어 준 것은 당신의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이 황금률을 지키려 노력해 왔습니다. 자신이 가진 걸 최대한 주어야 합니다.
로만 네우모예프: 단, 어떤 이들은 모든 걸 다 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오직 ‘좋은 것’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다 줄 필요는 없어요.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자신이 해낸 것들 중 좋은 것만 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살아가라!
로만 네우모예프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고, 팬데믹으로 세상이 망가지고, 이제 어디부터 되돌릴 수 있는지도 모르는 이 세상에서 ‘좋은 것’을 주고 있다. 자신의 나라가 마치 북한과 같은 ‘악의 축’이 되어 버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네우모예프는 전쟁이 났기 때문에 더욱 도망치지 않고 ‘러시아 페초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이러한 로만의 의지를 생각해 보면 세르비아 망명설은 예고르 레토프의 타이가 생존 밈보다도 비현실적인 소리였을 수 있겠다). 자신의 자유, 신념, 그리고 그 모든 제도가 자신을 옭아맨다고 스스로를 파괴하면, 결국 예고르 레토프처럼 되는 것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예고르는 핵실험의 피폭 피해자이고, 신체가 허약했는데, 오히려 그가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를 거칠게 다룬 것이 그를 요절하게 만들었지 않나? 지금은 백골이 된 레토프는 전쟁, 팬데믹, 21세기에 대해서 별다른 말도 남기지 못하고 2008년의 박제된 록 스타로 남았다. 그러나 네우모예프는 지금도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분명히 깨달음을 준다.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마치 선문답을 읽듯 이 인터뷰를 곱씹어 보는 것은 좋은 ‘생존 지침’이 될 것이다.